스포츠 참여와 미디어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은 부지불식간에 다양한 형태로 스포츠에 관여(involvement)하고 있다. 운동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스포츠를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혹은 스포츠를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함께 존재하기도 한다. 스포츠에 관심 없는 사람조차도 TV에서 스포츠뉴스나 스포츠 중계를 접하며,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길거리응원에 참여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 관여
스포츠사회학자 케년(Kenyon)은 사람들이 어떻게 스포츠에 관여하고 있는가를 설명하였다. 직접 운동장에서 혹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경우를 ‘1차적 스포츠 관여‘로 그렇지 않은 경우는 ‘2차적 스포츠 관여‘로 표현하였다. 2차적 스포츠 관여는 스포츠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와 만들어진 스포츠를 소비하는 사람으로 구분하고 이들을 각각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과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사람으로 나누었다. 코치, 매니저, 심판, 의무 등은 스포츠 경기에 직접 관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경기가 있게끔 만들어내는 사람(생산자)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접생산자만으로는 스포츠가 존재하기 어렵다. 누가 생산에 필요한 경비를 대느냐의 문제가 있고, 누가 스포츠라는 상품을 편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게 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구단주, 프로모터, 스폰서들은 스포츠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비용의 문제를 해결해 준다. 그리고 방송 캐스터, 기자 등은 이러한 스포츠를 미디어 상품으로 전환하여 생산한다.
경기장 서비스원들과 치어리더, 밴드 등은 스포츠를 편하고 즐거운 것으로 만들어내는 데 기여한다. 그래서 구단주, 프로모터, 방송관계자, 서비스원들은 스포츠 경기가 존재하는데 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생산자이다.
이렇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스포츠생산자들이 만들어 낸 스포츠 경기는 ‘관중’ 이란 형태의 직접소비자를 유인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관중’을 동원하는 인기스포츠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로서 2000년도 이후에는 연 300만 명 가까이 관람하고 있다. 특히 프로야구는 1995년에 553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여 스포츠의 대중적 직접소비를 창출하였다. 그러나 경기 불황기에는 이러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직접소비형태가 크게 위축되기도 한다. 한편 프로스포츠리그 가운데 최대 관중수를 가진 MLB은 2003년 정규시즌 경기에 연 6,700만 명(게임당 평균 28,000명)을 동원하였다.
그러나 스포츠를 직접 소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기장까지 직접 가야 하는 불편함과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시간 및 비용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은 거대 이벤트의 경우, 관람이라는 직접소비보다는 TV 시청이나 신문·잡지 구독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하는 형태가 엄청난 경제적 규모를 나타내고 이미 글로벌 현상이 되었다.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직접소비라 할 수 있는 관람의 경우 300만 명 내외에 불과하지만 TV 시청으로 대표되는 간접소비는 매우 큰 규모를 나타내고 있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자국 팀의 월드컵 경기시 한 국가의 TV 시청 점유율이 80%를 상회하여 수백만 명 또는 수천만 명이 1개의 경기를 구경하였다. 중국과 브라질의 2002 월드컵축구경기는 중국에서 3억3천만 명이라는 엄청난 사람이 간접소비자가 되어 사상 최고의 1개 경기 단일 국가시청자수를 기록하였다. 미국의 경우 1961년에서 1997년까지 37년 동안 최고의 시청가구수를 기록한 10개 프로그램 가운데 스포츠가 7개나 차지하고 있다. 1개 스포츠 중계에 4,000만이 넘는 가구(약 1억명의 시청자)가 시청하여 미디어스포츠의 거대한 간접소비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TV 시청은 직접소비에 비해 무차별적인 노출을 통한 엄청난 규모의 소비형태를 보여주며, 본인의 의사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간접소비자’로서 스포츠에 관여하게 하고 있다.
한편 길거리응원 역시 스포츠 소비의 대중적 형태로서 등장하였는데, 새로운 영상기술의 발전과 패션문화, 음악, 그리고 군중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관람’이라는 직접소비와 ‘TV시청’이라는 간접비 사이에서 새로운 소비패턴이 되고 있다. 2002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 초유의 수백만 군중의 길거리응원으로 축제와 놀이 형태의 새로운 응원문화이자 새로운 스포츠 소비형태를 보여주었다. 초대형 모니터 앞에서 구경하면서 대규모로 거리응원하는 형태는 단순한 TV 시청을 초월한 [구경+응원+패션+음악+군중심리] 등이 혼재된 새로운 모습의 간접소비유형을 만들었다.
미디어의 역할
다양한 형태의 스포츠 관여는 미디어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1차적 스포츠 관여인 운동을 직접 하게 되는 경우, 선수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홍보하고 미디어적 상품가치를 올리기도 한다. 여가 스포츠로서 참여하게 되는 경우에도 운동하게 되는 장소와 종목 등에 대하여 그리고 지불하게 되는 회비에 대하여 미디어를 통해 사전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단순한 생활체육 참여에도 인터넷이나 홍보전단, 광고지 등의 미디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차적 스포츠 관여에서 미디어는 더욱 더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특히 간접적 생산자 입장에서 스포츠이벤트를 미디어이벤트화하여 대중에게 전달하는데 올림픽대회는 이미 미디어이벤트가 되어버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대회에 참가한 선수는 10,651 명인데, 미디어종사자(기자, 캐스터, 해설자, 방송관계자 등)는 16,033명으로 선수규모보다 1.5배가 크며 이러한 미디어 종사자수의 증가는 계속되고 있다. 동계올림픽대회의 경우 선수규모가 작아 미디어종사자의 수가 선수 수의 3~4배에 달한다.
스포츠 중계방송 캐스터와 해설자의 현란한 이야기와 첨단 중계기술의 응용을 통한 다양한 볼거리 및 정보 제공은 안방에서 한층 더 재미있게 TV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경기장의 스포츠경기는 TV를 통해 재미있는 오락상품이 되어 수백만, 수천만의 시청자에게 ‘소비’ 되는 것이다. 기업은 미디어 광고를 통해 P. R을 강화하고 자사 제품의 프로모션을 하게 되어, TV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을 스폰서한 액수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에 따른 한국 브랜드 가치의 상승으로 기대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게 되었고 한국 차로서 현대자동차의 이미지가 크게 상승하기도 하였다. 올림픽경기 공식 스폰서 기업인 삼성의 경우 2년마다 개최되는 올림픽대회(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의 TV 중계를 통하여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10~11개 기업만이 올림픽대회 공식 스폰서로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TV 중계를 통해 전세계에 기업 로고와 무선통신 상품이 매 2년마다 전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