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혀끝이 칼끝보다 날카롭다.
신체적 폭력보다 언어적 폭력이 더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 허다하다. 신체의 괴로움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지만 마음에 생긴 혼돈과 상처는 정신과 의사들도 완치를 장담하기 어려운 난제다.
정신적 균형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흔들린다.
승부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나 자신이 최고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다.
상대의 전력이 나보다 높다면 더더욱 중요한 전략이다.
무리뉴는 FC 포르투를 지휘하던 시절 맨체터유나이티드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격돌하게 되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가 맨유와의 경기에서 이긴다면 그 이유는 맨유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렸기 때문일 것이다. 상대가 집중한다면 우리에겐 기회가 없다. 현대 축구의 성공은 집중력에 달려있다. ”
집중력을 잃으면 그릇된 판단을 하기 쉽다. 매사에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무리뉴는 말 한마디로 상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이를 경기 집중력의 저하로 유도하는데 달인이다.
맨유와의 경기는 그의 심리전술이 가장 잘 먹힌 경기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1차전 경기를 2-1로 마친뒤 퍼거슨 감독의 격정적인 포르투 비판에 의연한 척 하지만 더 날선 말로 대처했다.
” 난 알렉스 퍼거슨이 왜 다소 감정적이 됐는지 이해한다. 만약 어떤 팀이 자신의 팀의 10퍼센트에 불과한 예산을 가지고 명백하게 경기를 지배했다면 슬플 것이다.”
무리뉴는 언론을 통해 퍼거슨의 말을 받아친 뒤 선수단에도 말을 전했다. “그가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두 사람은 경기장에서는 앙숙이었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와인 잔을 기울이며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였다. 포르투시절 승리 이후에도 퍼거슨은 주장 게리 네빌과 포르투의 드레싱룸을 찾아 축하 인사를 전했다.
무리뉴가 상대의 집중력을 흐트러트리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경기 중에 상대팀 선수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팀원들뿐 아니라 상대팀원들과도 허물없이 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포르투 감독시절 라이벌 스포르팅리스본과 경기를 펼치던 때였다.
무리뉴는 스포르팅의 라이트윙 사 핀투를 승리를 위한 공략 대상으로 여겼다. 라이트백이 부상 중이라 수비 가담에 대한 부담이 컸고 최근 부상에서 돌아와 체력적으로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르투의 공격을 핀투 쪽으로 집중시켰다.
무리뉴가 언론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심판 판정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포르투와 벤피카의 경기에 앞서 벤피카 공격수 시망 사브로사는 무리뉴의 팀과 말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 우리가 포르투보다 강하다 .”
그는 자신만만한 전사처럼 말했다. 무리뉴는 싸움에 말려들지 않았다 그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그들이 정말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경기장에 드러눕기 위한 시간을 줄여야 할 것이다. ”
기술이 좋은 벤피카 선수들은 프리킥과 페널티킥을 얻기 위한 파울 유도 동작을 자주 구사한 것으로 유명했다. 무리뉴는 이 한 마디로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벤피카 선수들의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옮겨놓았다.
경기에 배정된 주심이 평소보다 속임 동작에 속지 않기 위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비난의 화살은 내 가슴에 적중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무리뉴의 방식은 때로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한다. 그는 심지어 ‘축구의 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축구계의 공적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에 도전할 때는 때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무리뉴는 그 싸움에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때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에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방법론을 바꾸지 않았다. 비난의 화살은 가슴이라는 과녁에 명중하지 않으면 유효하지 않다.
여론의 반응에 무던해져야 한다. 무료축구중계